이방인, 알베르 카뮈

이방인

1942년,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에 출간된 소설로 왠지 모르게 끌렸던 제목 덕에 덜컥 구매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에, 책의 반이 해설인 것이, 읽기전에 왠지 겁이 났었는데
과하지 않은 채 절제되고 담백한 문장, 간결한 스토리로 재미있고, 편안하게 읽은 책이다.
알베르 카뮈의 다른 작품도 추가로 읽을 예정.

책을 읽으며 느낀 점 3가지
#1
매일 매일이 똑같고, 단조로운 일상이며, 무엇을 선택하든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죽음을 마주보면,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것.
이 소설에서는 엄마의 죽음, 누군가를 죽임, 주인공의 사형 집행 등 3가지 종류의 죽음이 나오는데, 사형폐지론자이기도한 저자의 생각을 이 3가지 죽음에 의도적으로 녹인 것으로 보인다.

#2
그저 말수가 적을 뿐인 주인공이 엄마의 시신앞에서 담배를 피웠고,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등 실제 살인을 한 범죄 행위보다 주인공의 행위에 대해 더 많은 얘기들을 증인들과 검사의 이야기로 인해, 재판 과정에서, 일반 살인자에서 감정없는 살인마로 덧씌워지고, 정작 재판의 당사자는 철저히 이방인이 된다.
이 부분에서 얼마전,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우연히 찍힌 여승무원의 이른바 ‘악마의 미소’ 사진과, 조현아의 ‘악마의 눈빛’ 사진과 몇몇 연예인들의 곤혹스러워하는 찰나의 표정을 담아 거기에 담긴 감정을 상상하며 적어내는 기자들과 대중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누군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추측하고, 감정을 쏟아내면서, 정작 그 누군가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궁금했다.

#3
작가가 수년동안 이 한권의 책을 쓰기 위해 메모하고, 고민한 흔적. 그리고 작가의 생각을 가장 적절하게 녹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절제하고 담백한 문장을 만들어낸 노력이, 이 책이 수십년 동안 인기를 끌며 고전으로 읽히는 이유인 것 같다.
‘예술 작품이 그 경험을 문학적 장식으로 포장하여 모조리 다 보여 준다면 그 관계는 좋지 못한 것이다. 예술 작품이 경험 속에서 다듬어 낸 어떤 부분, 내적인 광채가 제한되지 않은 채 요약되는 다이아몬드의 면 같은 것일 때 그 관계는 좋은 것이다.’라는 작가의 ‘작가수첩’에서 적은 글 처럼 모든 것을 다 드러내는 것 보다, 은유적이고, 암시를 주는 작품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얼마전 본 영화 ‘나를 찾아줘’와 ‘인터스텔라’가 그랬고, ‘이방인’ 또한 그랬다.

책속의 한줄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근조.’ 그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9

나는 창문을 닫았고, 방 안으로 돌아오다가 거울 속에 알코올램프외 빵 조각이 나란히 놓여 있는 테이블 한끝이 비친 것을 보았다. 나는, 일요일이 또 하루 지나갔고, 엄마의 장례식도 이제는 끝났고, 내일은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고, 그러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32

사장이 파리 출장을 제안하고, 뫼르소는 이러나저라나 마찬가지라고 하자
사장이 생활의 변화에 흥미를 느끼지 않느냐고 물었다. 사람이란 결코 생활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쨌든 어떤 생활이든지 다 그게 그거고, 또 이곳에서의 내 생활에 조금도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고 나는 대답했다.
학생 때에는 그런 종류의 야심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학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그러한 모든 것이 실제로는 아무런 중요성이 없다는 것을 나는 곧 깨달았던 것이다. 51

사람들은 나를 빼놓은 채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참여도 시키지 않고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나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었다. 110